[뉴스에듀TV] 추적 60분

“(성폭행 사실을) 말하면 유도계를 떠야 한다. 말 하지 않는 게 저를 지키는 거라고 생각 했어요.“ - 前 유도 선수 신유용

“가해자가 감독이고 코치고 나의 진로를 쥐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제 2의 부모잖아요. 범죄라는 걸 인식 못하죠..“ - 前 태권도 선수 이지혜 -

최근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자신을 지도해온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심석희 선수의 폭로가 불러온 파장은 컸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체육계 전반에 걸친 성폭력 문제가 전면에 대두됐다.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씨를 비롯해, 태권도 선수 이지혜씨 등이 연이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4년간 스포츠인권센터로 접수된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은 약 113건.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체육계의 중론이다. 선수의 미래과 메달을 볼모로 강압적인 합숙훈련이 이어지다 보니 피해를 입고도 두려움에 입을 열지 못하는 ‘제2의 심석희’들이 많다는 것이다. '추적60분'이 그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 ‘입 열면 선수 생명 끝’ 누가 피해자를 침묵하게 하는가.

평창 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1월, 쇼트트랙 여자대표팀 주장이었던 심석희 선수가 선수촌을 이탈했다. 원인은 조재범 전 코치의 가혹한 폭행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고, 평창 올림픽 전에는 주먹으로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한 폭행을 당했다는 심석희 선수.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 더 충격적인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자신이 만 17살이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4년 간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빙상계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심석희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젊은 빙상인 연대 측에 의하면 현재 추가로 확인된 성폭력 피해자만 5명. 이들 중 일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하고자 했지만, 결국 무산되었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체 누가 이들을 두려움 속에서 침묵하게 하는 것일까.

■ 스포츠계 성폭력, 왜 계속 되나

전국유도대회에서 메달을 딸만큼 유망한 선수였던 前 유도선수 신유용씨. 고등학교 1학년부터 4년 간, 코치로부터 20여 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전직 태권도 선수 이지혜씨가 전한 일부 태권도계의 실태 역시 충격적이었다. 과거 한 태권도 지도자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수들은 왜 저항하지 못했을까. 전문가들은 체육계 성폭력이 지도자와 선수라는 종속 관계 속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선수 선발부터 관리, 출전까지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며, 선수의 삶을 좌지우지 한다는 지도자들. 그 때문에 꿈을 포기할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폭력을 피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것이 선수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 징계 후에도 현업 복귀하는 ‘나쁜’ 지도자들.

지난 2014년 스피드스케이트 이 모 감독과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 성추행을 둘러싼 법정다툼이 벌어졌다. 훈련 도중 어린 선수의 속옷을 내리는 등 강제 추행 혐의를 받고 있던 감독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한체육회는 그에게 자격 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당시 이 사건은 감독의 자격 정지 기간이 끝나면 다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었다. 실제 <추적60분>의 취재 결과, 감독은 현재 중국팀 코치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처럼 최근 5년간 대한체육회와 스포츠 종목 단체들이 징계를 내린 사건 860건 중, 해당 지도자가 징계 후 복직ㆍ재취업한 사례는 299건에 달했다. 심지어 징계 중 복직ㆍ재취업한 경우도 24건이었다.

10년 전, KBS는 체육계의 충격적인 성폭력 실태를 최초 보도했다. 그 후 대한체육회는 관계 기관과 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스포츠 성폭력 근절 대책'이 만들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시 한 번 스포츠 강국으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번 주 '추적 60분'에서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성폭력 고발로 촉발된 체육계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해, 개선 방안을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