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 각고의 노력으로 한국 대중문화를 빛내며 오늘의 한류 열풍이 있게 한 영광의 얼굴들을 기리는 ‘2012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지난달 19일 개최됐다. 대중문화예술인들에게 최고의 영광된 자리인 이날 시상식에서 제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영화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 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계의 거장으로 우뚝 선 김기덕 감독, 그가 밝히는 인생과 예술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편집자)

▲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올 한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기록적인 일이 벌어졌다. 김기덕 감독(52)의 ‘피에타’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은 것이다. ‘피에타’는 황금사자상뿐 아니라 비공식상 ‘젊은 비평가상’을 비롯해 ‘골든 마우스상’, ‘나자레노 타데이상’ 등 무려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기덕 감독은 이미 제61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빈집’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 받은 황금사자상은 한국영화 100년사의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에타’는 자본에 물든 현대사회의 병폐를 꼬집은 작품으로 베니스와 전세계 영화인들을 감동시켰다. ‘피에타’의 제작비는 불과 1억 5000만원, 촬영일수는 12일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열린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피에타를 함께 만든 스태프, 배우 등 제작진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어려운 제작여건을 극복해가며 뛰어난 예술영화의 경지를 이룩한 김기덕 감독. 저예산, 예술영화만을 고집하고 상업영화는 만들지 않느냐는 일부 시선에 대해 그는 “그런(저예산영화와 상업영화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없다”며 “광고와 배급현실이 뒷받침됐더라면 피에타도 300만 관객이 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밝혔다.

1960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상경해 구로공단과 청계천에서 일하며 여러가지 기술을 배웠다. 김기덕 감독은 20대가 되자,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5년 만에 하사관으로 제대한다. 이후 어느 시각장애인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신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고 영화 속 캐릭터 형성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김 감독은 서른살이 되던 해인 1990년,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미술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던 그는 프랑스 남부의 한 해변에서 독학으로 배운 초상화를 그리며 생계를 유지했다. 프랑스에서 거주하던 시기, 한 극장에서 영화 ‘양들의 침묵’(1991)과 ‘퐁네프의 연인들’(1992) ‘연인’(1992)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김 감독은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영화를 하기 위해 1993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1995년 ‘무단횡단’이라는 시나리오로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에 당선되기에 이른다. 이듬해인 1996년, 그는 첫 영화 ‘악어’를 연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김 감독은 야생동물보호구역(1997), 파란대문(1998), 봄여름가을겨울봄(2003), 빈집 (2004), 아리랑(2011), 피에타(2012) 등 18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정규 영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삶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예술로 승화했다. ‘피에타’ 영화의 배경인 청계천도 그가 16살부터 4년 간 서울 청계천 공장지대에서 경험한 기억들을 떠올려 구축했다.

세계무대에서 탁월한 예술성을 인정받은 김기덕 감독. 스케쥴 상 시간이 녹녹치 않았던 그에게 서면으로 대중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유공자로 선정된 소감과 피에타 등 작품세계관에 대해 물어봤다. 김기덕 감독은 성심성의껏 자신의 영화세계와 인생관 등에 대해 털어놨다.

▲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19일 대중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무단횡단’으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받았고, ‘악어’로 첫 연출을 했습니다. 영화계에 자리잡기 까지 어려운 만큼 첫 작품에 대한 애착이 클 것 같은데 첫 영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신다면?

힘들게 오랫동안 찍은 영화였어요. 영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른 채 찍어 테크닉에 아쉬움도 많지만 한편으론 투박하고 거친 느낌은 그 당시 저의 생각이며 그것 또한 중요한 이미지라고 생각합니다.

- 데뷔 초 ‘충무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최근 ‘한국 영화의 거장, 세계영화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자신을 일컫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진 않으신지?

중요한 건 영화의 내용 또는 메시지입니다. 저에게 그러한 수식어를 붙여준 분들이 제 영화를 통해 받은 느낌들로 인해 그렇게 불러주는 것이니 부담스럽진 않아요. 오히려 그런 수식어들을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 빈집, 숨, 아리랑 등 연출한 18편의 작품 중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영화를 꼽아주신다면? 혹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중들에게, 영화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를 말해주신다면?

제 영화는 한편 한편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영화가 각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차례로 찾아 보셨으면 합니다.

-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배우나 스태프 중 기억에 남는 사람을 꼽아주신다면?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은 없고 모두 다 중요하게 기억합니다. 저의 영화를 한편만 선택하지 못하는 것처럼 당시 함께했던 배우와 스텝 모두 저에겐 중요한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김기덕 감독의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일부 영화평론가들이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 지 궁금합니다.

저는 제 영화에 대해 그러한 변화를 스스로 느끼지는 못했어요. 다만 대중들이 몰랐던 제 안에 있던 다른 요소가 영화를 통해 보여졌고, 그 후에도 제 안에 있던 다양한 다른 모습들이 영화의 이야기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19일 대중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 김기덕 감독님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을 때 감회가 어떠신지요?

영화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죠. 제 생각과 주제를 객관화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예요. 제 영화를 통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길 바랍니다.

-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이룩한 쾌거로, 피에타 영화에 대한 애착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피에타 역시 저에게는 그동안 만든 영화 중 하나예요. 이제는 다음에 만들어야 할 영화를 고민해야 하고 그게 저의 할 일이죠. 피에타는 이제 저를 떠나 극장과 이차 상영 영화제를 통해 스스로 가야 할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디선가 피에타를 보는 사람들이 피에타를 통해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생각하길 바랍니다.

- 베니스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고 아리랑을,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는 한오백년을 부르기도, 정장차림 보다는 늘 개량한복을 즐겨입는 등 한국적인 모습이 인상적인데 평소 우리문화를 알리고자 염두해둔 것인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예요. 다만 어느 날 제가 아리랑을 혼자 가장 많이 부르고 있었고 어느 날부터 한복들을 입게 됐고 편안함을 느꼈어요. 그 후 자연스레 개량 한복을 입고 영화제를 가면 아리랑을 부르게 됐죠.

- 지난달 19일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는데 대중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감사할 따름이죠. 더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한국 영화 중에 길이 꼽을 만한 영화, 이 시대에 귀감이 되는 영화, 그리고 존경하는 영화인을 꼽아주신다면?

이창동 감독님, 그리고 그의 영화를 꼽고 싶습니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영화, 구상하고 있는 영화는? 그리고 김기덕 감독님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사람에 대한 영화’를 그리고 ‘사람이 먼저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영화는 제가 세상을 살아내기 위한 질문이며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며 함께 살기 위한 애정입니다.

[출처 =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