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경영가 이인권

[뉴스에듀] “모든 꽃들은 예술가의 관심을 자연으로 끌어들이게 하는 친절한 언어를 가지고 있다. 꽃들은 우아한 줄기의 곡선과 꽃잎의 각기 다른 미묘한 색의 조화를 통해서 예술가와 대화를 나눈다. 예술가는 자연과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다." 로댕의 말이다.

그래서일까. 전국에서 인구 비례로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양평이다. 주말이면 자연의 풍광을 찾는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양평인 것이다. 꽃을 포함해 자연의 싱그러운 생태가 친절한 언어를 통해 예술가와 도시인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양평의 자연은 예술가와 친구가 되고 여기를 찾는 도시인들은 양평군립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되어 미술로 소통한다. 어쩌면 복잡한 현대사회에 찌든 심성을 정화시키고 정서를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곧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일찍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예술의 목적내지 효과는 카타르시스에 있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문호 괴테는 예술을 이렇게 찬미했다. “세상에서 해방되는 데에 예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또한 세상과 확실한 관계를 갖는 데에도 예술을 통하는 것이 좋다.”

또 철학자가 설파하듯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은 취미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 예술’이라 한다면 양평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창조할 수 있는 고즈넉한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구 12만 중도시이지만 전국의 예술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양평에 갤러리가 아닌 미술관이 2011년 12월 문을 열었다는 것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들이 복합문화예술공간을 건립하면서 부대시설로 전시장을 두는데 비해 양평은 국내에서 명실상부하게 몇 안 되는 현대미술 중심 전문미술관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역발상은 적중했다. 평일에는 400여 명, 주말에는 15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예술의 명소가 됐다. 개관하면서부터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하는 차별화된 기획전시는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양평으로 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양평미술관은 단순한 관람의 차원을 넘어 ‘참여하고 교감(Participative & Interactive)'하는 체험형 예술 프로그램에 역점을 둬왔다. 예술을 통한 교육 곧 'AIE(Arts In Education)'를 구현해 온 것이다. 다양한 주제로 펼쳐지는 미술체험교육의 현장에는 젊음과 설레임이 넘친다.

그 성과는 2014~2015년에 경기도 내 등록된 182개 공사립 박물관과 미술관 중 최우수기관(1위)으로 연이어 선정되었다. 이유는 새로운 영역의 특화된 전시콘텐츠 개발과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 그리고 대중적 인지도와 참여도에서 단연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업적은 국내를 넘어 지금 세계가 양평으로 모이는 획기적 ‘사건’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3월10일부터 4월 23일까지 양평군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와 양평 <한  불 현대미술의 거장展>’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현대미술의 현주소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시회에는 프랑스 현대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작가 54명의 걸작들과 한국의 최고 현대미술가와 지역 원로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이번 전시회의 목적을 프랑스에서 활동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높여온 세계 속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기획하여 한·불 수교 13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양평문화의 세방화(世方化  glocalization)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양평군립미술관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합동전을 통해 양 국가 작가들이 상호 문화적 동질성을 찾아보고자 했다.

양평군립미술관의 이형옥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회는 순수미학에서 가치미학에 이르는 현대미술작품들이 망라돼 있어 색과 형상, 교감의 언어, 초월과 융합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의 균형된 요소들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 한다.

이어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그동안 전시해 온 프랑스 고전 또는 19세기 인상주의 미술 이후의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한 전시로서 지역문화 공유에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로 양평군립미술관은 국제전시 기획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술관 자체의 랜드마크 상징성으로서도 그렇지만 이번 ‘프랑스와 양평 <한  불 현대미술의 거장展>은 양평의 ’장소성(sense of place)'을 획기적으로 올린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분명 문화예술은 인간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래서 양평은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고취하는 풍토와 이러한 창의적 재능을 시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은 지역사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며 사회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 : 이인권 (긍정경영 미디어컨설팅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했다. <예술경영 리더십>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긍정으로 성공하라>를 포함 12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