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 허준 1546년(명종 1)~ 1615(광해군 7). 본관은 양천. 자는 청원, 호는 구암(龜巖)이다.지금의 서울특별시 강서구 가양동에서 아버지 허론(許碖)과 어머니 김(金)씨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양천허씨의 시조인 허선문(許宣文)의 20세손이다. 할아버지 곤(琨)은 무관으로 경상우수사를 지냈고 아버지 론 역시 무관으로 용천부사를 지냈다.

허준은 어릴 때 경상도 산청으로 이사하여 이곳에서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려서부터 의사수업을 시작했다. 허준의 총명과 열성은 이미 20대에 그를 전국적으로 유명한 의사가 되게 했다. 1569년 6월 그의 나이 24세 되던 해 부제학 유희춘의 부인을 치료하기 위해 서울로 초치되었고, 이듬해에는 유희춘의 병까지 치료하게 되어 서울 장안에서 명성이 높았다.

1590년에는 허준이 왕자를 살린 공으로 당상관의 가자(加資)를 받았다. 1592년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백성들이 살상되고 왕은 의주까지 피신하였다. 이때 허준은 선조의 건강을 돌보았다. 1596년 동궁인 광해군의 병을 고친 공로로 정헌대부 지중추부사에 이르렀다. 1600년 수의 양예수(정2품)가 사망함에 따라 허준이 수의가 되었다.

1604년 임금이 호성공신의 교서를 발급하여 의관으로서는 허준을 3등에 책훈하고 양평군(陽平君)에 봉작되었다. 허준은 동의보감의 찬집에 노력하여 1610년(광해군 2) 마침내 완성했다. 허준이 지은 의서 25권 25책. 목판본. 1613년 내의원(內醫院)에서 훈련도감의 개주갑인자로 간행하였다.

동의보감의 첫장은 신형장부도라는 인체도로 시작한다. 인체의 상반신 그림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머리, 땅을 상징하는 몸 그리고 머리와 몸을 연결하는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척추가 있다. 이는 하늘과 땅이 지닌 선천의 기운과 인체 안의 후천 기운이 인체 내부를 통해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보여준다. 대우주와 소우주가 합일하는 지점이 바로 인체라는 설명이다.

허준이 의학을 단순히 질병 치료의 기술로 여기지 않고 철학의 수준으로까지 고양시켰음을 알게 한다. 이러한 경지는 물론 허준이 유학과 도가(道家)에 충분한 소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중국 사람에게는 그들의 땅에서 나는 약초들이 효험이 있듯,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자라나는 약초가 적합하다는 신토불이(身土不二) 이론을 펴 우리의 몸에 맞는 의학을 연 것이다.

수의 양예수와 허준과의 만남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내의원에 양예수의 의학적 맞수라 할 만한 어의(御醫) 안덕수가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처방을 고수했다. 양예수는 강한 약재를 사용해 빠른 효과를 기대하는 준한제(峻寒劑) 처방을 선호했고 안덕수는 이를 비판해 강한 약재보다 지속적이고도 꾸준한 효과의 처방을 선호했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계피․부자․인삼 등 강하고 효과가 빠른 약만 찾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양예수는 허준을 통해 자신의 의학 전통을 이어가도록 한 것이다. 허준에게 양예수와의 돈독한 친분은 의학이론의 전수와 함께 임금 선조와의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했다. 당대 최고의 의사 양예수는 허준에게 스승이자 곧 넘어야 할 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