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교수, 그는 누구인가.

히로히토(裕仁·1901~1989) 일본 덴노(天皇)와 학자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1914~1996)는 20세기 일본을 상징하던 두 덴노였다. 전후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사상가 마루야마는 '학계의 덴노', '마루야마 덴노'로 불렸다.

그가 타계했을 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나는 마루야마 마사오 선생이 일본의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인들에게 공통 언어를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는 논평을 냈다.

그의 필생의 역작 '일본정치사상사 연구' 와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은 정치학도이면 꼭 읽어야 할 대표적인 정치입문서이다. 96년 세상을 떠난 마루야마 교수는, 20세기 일본의 가장 위대한 정치학자로 전 세계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이 외래문화 수용과 전통문화 보존을 동시에 이룩하며, 강대국 일본이 초국가주의와 군국주의의 길로 들어서고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의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와 원인을 속속들이 파헤쳤던 마루야마 교수.

현재 우리 대한민국이 당면하고 있는 복잡한 내외정세를 파악하는 데, 그의 역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의 소원인 통일과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해결책은, 동북아 3국(한국, 중국, 일본)이 걸어온 지나온 역사를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19세기부터 45년 패전에 이르는 일본 역사의 성격을 냉철하게 해부한 마루야마 교수의 업적은 그러한 작업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에서 주자학적 전통이 작용했던, 도쿠가와 일본이 메이지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개인이나 가족의 도덕윤리와 국가 통치의 규범 사이의 관계 설정, 마루야마 교수의 연구는 근대일본의 국가 성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의 천황이 상징하는 정의를 아시아와 세계로 전파하기 위해 전쟁은 반드시 이겨야 하며, 정의는 항상 승리한다는 윤리와 권력의 상호 보완 논리가 일본 내셔널리즘의 군국주의적 침략을 뒷받침하였다. 아시아 민족의 해방을 목표로 한다는 ‘대아시아주의’가 당시 일본 패권주의의 슬로건이었다.

그는 여타 아시아 내셔널리즘의 흐름에 등을 지는 일은 반드시 피해 가야 한다는 것을 이미 60년 전에 설파했었다. 오직 국민 스스로의 고민, 토론, 성찰을 통해서만이 미래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패전 후의 혼란과 침체 속에서 전개된 마루야마 마사오 교수의 냉정한, 그러나 진보적인 역사인식과 정치분석이, 작금의 동북아 현실 세계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가를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