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 항목 별 해설 및 평가

1) 전형 간소화 

2015 입시부터 전형 간소화를 위해 정부는 “대학별 면접고사와 적성고사는 폐지하도록 권장해 대입 전형요소를 수능·학생부·논술(일부 실기) 등 3가지로 간소화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대학별 전형방법은 수시 4개, 정시 2개 이내로 제한한다.”고 한다. 

면접은 ‘인성 면접(자기소개서 내용의 확인을 포함하는)’과 학업 면접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입학사정관제의 운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입학사정관제의 전면 폐지를 하지 않는다면 면접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학 과학 특기형 전형이나 외국어 능력 중심 전형의 경우 면접을 하지 않는다면 학력 확인이 불가능하다(물론 수리과학논술이나 외국어로 쓰는 에세이 등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면접의 폐지는 대학이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일이다. 아마 정부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폐지하도록 권장’한다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반영하지 않도록 권장한다. 수능 성적을 위주로 뽑는 우선선발도 폐지하도록 권장된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나 수능 우선 선발 제도에 대해서도 역시 권장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권장한다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은 권장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이면서 다른 변화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수시 모집 인원의 감소(정시 모집의 확대)와 변별력이 매우 강한 논술의 실시(본고사에 필적하는)가 될 것이다.

2017 입시부터는 2015 안을 유지하거나 혹은 수시 모집에서의 수능 성적 미반영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발표되었다. 이렇게 결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결정된다면 수시 비중은 급격히 감소하게 될 것이다.

대학들도 정부 정책의 모든 부분들을 거부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그래서 형식적인 것들은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전형 명칭은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수학 과학 특기형 전형과 외국어 중심 전형을 ‘특기자 전형’으로 묶고 있는 것이다. 국제인재 전형과 과학인재 전형을 특기자 전형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고 선발의 잣대는 서로 다른 것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여러 가지 선발 기준을 가진 입학사정관제 전형들을 단일 명칭으로 묶는 것도 가능하다. ‘연세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성균인재전형’ 등은 사실은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전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수능, 논술, 학생부 세 가지 모두를 반영하는 것이(대부분의 논술전형들이 그러하다) 학생들의 부담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간소화는 수능만으로, 논술만으로,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는 세 가지를 모두 함께 쓰지 말 것을 강제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만일 여러 요소를 함께 쓰지 못하고 단일한 요소에만 근거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면 대학들은 가장 변별력이 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요소, 즉 수능으로 뽑는 것을 선호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학력고사와 수능이라는 단일한 요소에 근거해 학생을 선발하던 1990대 초중반으로 입시 정책이 후퇴하는 것이다. 수시의 도입, 입학사정관제의 도입 등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이어진 변화들이 모두 부정되게 되는 것이다.

2) 전형 예고 시기 

2015, 2016 입시에서는 전형 예고 시기는 현재(대교협 1년 6개월 전 발표)와 같게 하고 2017 입시부터는 대교협은 2년 6개월 전에 전형 방식을 발표해야 하고 각 대학은 1년 10개월 전에 전형을 예고해야 한다고 한다. 2017 입시의 수시 전형이 2016년 9월에 있다고 하면 2017 입시안에 대해 대교협은 2014년 3월까지 발표해야 하게 되는 것이다. 2016 입시안에 대해서도 동시에(2014년 3월) 발표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할까? 현재 규정에 의하면 대교협은 2015 입시안에 대해서는 올해 3월에 이미 발표했어야 한다. 하지 않았고 그것을 제재하는 움직임도 없었다. 발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3) 학생부 반영 비중 강화 

2015년부터는 “수시 및 정시에서의 학생부 반영 강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시에서의 학생부 비중 강화는 대입 전형의 간소화라는 원칙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학들이 받아들일지 우려된다. 수시에서의 학생부 반영 강화의 방식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후속 조치를 보아야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서술형(비교과) 기록 부풀리기 발생에 대해서는 “서술형 기록 적정화 및 내실화”를 제시했다. 이는 후속 조치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가 중요하다. 학생부 비교과(수상 실적,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은 학교마다 서술의 길이 차이가 대단히 크다. 예를 들어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의 학생부에는 다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많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곤 하다. 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분량의 제한?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식으로든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내신 절대 평가가 유보되었다는 점이다. A, B, C, D, E로 성취평가를 하려던 계획은 2019학년도까지 유예되었고, 2020학년도 이후의 대입 반영은 2016 하반기에 결정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우리는 이런 유예들이 대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여러 번 보았었다. 가장 최근의 것이 NEAT의 수능 영어 대체를 2012년 말로 유예했던 일인데 2012년 말이 되자 2013년의 새 정부 출범 이후로 공을 넘기고 2013년에 NEAT 수능 대체가 없던 일이 되었던 바 있다. 결국 내신 절대 평가는 당분간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일이 되었다.

4) 수능 개선 

먼저 2015 입시부터는 영어의 A, B형 구분이 사라진다. 선택형 수능은 예상되었던 것처럼 1년 만에 끝나는 해프닝이 되고 만 것이다. 국어와 수학의 A, B형 구분은 유지된다.

2017 수능에 대해서는 세 가지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안은 현재의 골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안은 문 이과 일부 융합 안이다. 이 안에서는 수학의 경우 수학 II(자연계 학생들만이 학습하는 현재의 수학II가 아님에 주의: 집합과 명제, 함수, 수열, 지수와 로그)과 미적분 1을 공통으로 보면서 확률과 통계, 미적분 II, 기하와 벡터 중에서 한 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 제시되었다. 탐구 영역의 경우 사회 2과목과 과학 1과목 혹은 과학 2과목과 사회 1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이 제시되었다. 국어와 영어는 통합된다.

세 번째 안은 완전 융합 형으로, 문 이과 구별 없이 줄어든 범위의 수학과 대개 1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공통과학, 공통사회를 응시하게 된다. 국어 영어 역시 공통으로 보게 되는 완전히 단일한 시험이 되게 된다.

세 가지 안 중 어떤 것이 채택되든 한국사는 공통으로 시험을 보도록 한다.

예측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세 번째 안의 채택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사교육 유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대단히 클 것이다. 자연 계열 학생도 사회 시험 보고 인문 계열 학생도 과학 시험을 보던 시절은(6차 교육 과정까지: 2004 대학 입학 학생들까지) 사과탐 강사들의 전성기였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큰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대학의 반발도 클 것이다. 미적분이나 기하와 벡터 등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과학도 1학년 때 배우는 ‘교양’ 수준의 공부만 한 학생들을 받으려고 하는 자연계열 교수들은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안, 즉 일부 융합 안은 잘 들여다보면 현재보다 부담이 더 큰 시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보인다. 현재의 시험과 거의 유사하게 치루면서 사회나 과학 한 과목을 더 준비해야 하고, 국사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첫 번째 안, 즉 현재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능을 치루는 것이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5) 대학별 고사 

이번 발표에서 대학별 고사가 “고교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면서 “교육과정 총론의 일반과목” 수준에서 출제하도록 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예를 들어 내년 고1에 적용되는 개정된 수학 교과 체계에 따르면 수학의 일반 과목은 수학I, 수학II, 미적분I, 미적분II,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이다. 우리가 아는 자연계 학생이 배우는 부분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대학에서 충분히 어렵게 출제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논술전형에서의 수능최저기준을 완화하거나 2017 입시부터는 아예 반영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는 시안과 관련지어 생각하면 논술을 쉽게 내라는 주문은 지키기 어렵다. 수능 기준을 완화하거나 없애고 논술도 쉽게 출제한다면 결국 변별력이 부족한 선발 방식으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결론인데, 이를 대학이 얼마나 반영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문제풀이 식 구술형 면접과 적성고사 지양”도 언급되었다. 적성고사는 장기적으로 사라질 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면접 부분은 문제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면접이라는 것은 명확한 증거가 남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문제이고, 문제풀이 식 면접을 없앤다면 서울대나 포스텍, 카이스트 등처럼 수능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모범적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학생의 학업 역량을 평가할 길이 없어지고, 결국 다시 수능을 반영하거나 정시 모집 확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결국 대학별 고사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대학들의 치열한 고민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책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이 경우 정시 모집 확대를 대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6) 모집 시기 

현재 9월과 11월로 분화되어 있는 수시 원서 접수가 하나의 시기로 통합된다. 11월에 원서를 접수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던 이화여대, 건국대 등의 학생부 전형이나 일부 대학들의 적성평가형 전형에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정시모집 모집 단위 내 군별 분할 모집 폐지는 다음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서울대, 서강대(이상 나 군), 연세대, 고려대(이상 가 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은 분할 모집을 하고 있다. 성균관대나 한양대는 가 나 군으로 분할 모집하고 중앙 경희 건국은 가 나 다 군으로 분할 모집하고 있다.

앞으로 모집 단위가 다를 경우의 분할 모집은 가능하지만(예를 들어 경영학부는 가 군에서, 사회과학부는 나 군에서 모집할 수 있음), 같은 모집 단위의 분할 모집은 불가능해진다(예를 들어 의예과라는 하나의 모집 단위는 하나의 군으로 선발해야 한다). 이는 성균관대, 한양대, 한림 순천향 의대 등의 선택을 강제하게 될 것이다. 이는 정시 모집 ‘컷라인’의 이동을 가져올 것이다.

수능의 시기가 한 주 늦추어지고 2017년부터는 12월 초로 늦추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학원들이 수업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 주 혹은 두 세 주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7) 대입전형 지원 체계 

대학과 대교협 중심의 대입 전형 관리 유형을 벗어나 “대학, 고교, 학부모, 교육청 등이 참여하는 대입 전형 관리 기구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다.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모인 조직체가 집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할 필요성이 요구된다.

“공교육 정상화 기여 대학 평가”를 도입하여 대학의 협력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이는 후속 조치를 지켜볼 일이다.

“민간 업체 원서 접수 대행”을 변화시켜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는 사설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대 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2. 총평

여러 가지 내용이 이번 발표에서 등장했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수능 개편안이고, 다른 하나는 전형 간소화 정책이다.

수능의 개편과 관련하여 확실히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2015 수능에서의 영어의 단일화와 2017년 수능부터의 한국사의 수능 필수화이다. 나머지는 시안 정도에 불과하므로 명확한 것은 위의 두 가지일 뿐이다.

수능 개편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 것은 논란을 몰고 오고 있다. 수능 개편 논란의 핵심은 특히 이공계 대학들이 약화된 수학과 과학만을 공부한 학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큰 틀의 변화가 있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예측을 해본다.

수시 전형 간소화는 일단 용어나 명칭들을 줄이는 데는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내용마저 간소화될지는 긴 시간이 지나야지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논술과 학생부, 수능만을 전형 요소로 삼는다는 것은 면접고사와 적성고사를 없앤다는 구체적 의미를 가지는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먼저 적성평가는 전체적으로 보아 사교육 유발 효과도 크지 않고, 이 시험이 고등학교 교육 수준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면접을 없애라는 것은 입학사정관제를 없애라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간소화, 즉 한 전형에서는 논술이나 수능이나 학생부나 셋 중 하나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의 완화를 권장”한다든지 정시에서의 “학생부 반영을 강화”한다든지 하는 표현은 결국 한 전형에서 여러 요소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하나의 전형에 하나의 요소만을 반영하는 정책[1]이 진짜 간소화일 것이지만 이번 발표는 여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입시의 복잡함과 학생들의 고단함은 이번 발표에 의해 얼마나 해결되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입시의 변화를 가져올 것임에는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수시의 확대와 정시모집의 감소라는 지난 10여 년 이상 지속된 추세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이 이번 발표가 갖는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1]이 정책이 시행되면 장기적으로는 학생부형 전형 25%, 논술 전형 10%, 정시 65% 정도로 입시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대개의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 위주로 학습을 하고 일부 학생들이 논술 대비를 병행할 것이다. 2학년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내신 관리를 포기하고 수능 위주로만 학습을 할 것이다. 결국 입시 단순화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능에 의거해 진학하고 수능 위주의 학습을 하게 한다는 문제를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재보다는 복잡함을 줄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주목할 점은 학생부 중심 전형이 내신 중심 전형이 된다면 학생들의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만일 비교과를 많이 참조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분류되고 지속된다면 입시의 복잡함과 학생들의 과도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최성수 타임교육 대입연구소장]

[뉴스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