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경인취재본부] 일반가정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뒤늦게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취약계층 영·유아들이 머무는 보육원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난 어린이집을 폐쇄조치 할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에는 아동학대로 자격이 취소된 어린이집 보육교사와 원장 등 보육시설 교직원의 재취업 제한 기간과 어린이집 설립 제한 기간을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안이 포함됐다.

아동학대를 근절키 위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부모 또는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보육원은 어린이집과 같은 영유아 보호관리 시설이면서도 사실상 이 같은 대책과는 무관한 상태이다.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의 경우, 유아보육법 테두리 안에서 처리되지만 보육원은 아동복지법 차원에서 논의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신고 된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학대 6058건 중 111건이 보육원 등 복지시설에서 일어났다.

보육원 시설에서의 아동 학대 건수는 어린이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학대의 정도는 한결 더 심각하다. 더욱이 잘 근절되지도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밝힌 충북 제천의 한 보육원의 아동학대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보육원측은 막대기나 빗자루로 아이들을 때린 것은 물론 강제로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이기도 했다. 길게는 수개월씩 독방에 가두고 한겨울에 찬물로 씻게 했다. 2004년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지정된 이 시설은 지난해 아동학대예방센터까지 설립했다. 겉으로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시설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생지옥'이었던 셈이다.

수차례에 걸친 아동학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5월27일자 뉴시스 보도 "[단독]1945년 설립 서울 유명 보육원 '송죽원'서 지속적 아동학대 '충격'"기사 참조) 물의를 빚은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송죽원'은 아동학대가 고착화된 보육원이었다.

앞서 2000년 초 당시 송죽원 일부 직원들은 아이들에게 폭언과 구타를 일삼는 한편 잠을 안 잔다는 이유로 저녁 식사로 나온 국에 수면제를 타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학대의 고리는 뉴시스 취재를 통해 지난해 2차례의 아동폭행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지역에만 총 40개의 보육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시설에는 총 3700여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0세에서 만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 2만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기거하고 있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해마다 2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보육원에 대한 관리감독은 해당 구청에서 맡는다. 만약 이 시설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구청은 영유아보육법이 아닌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행정 처분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아동복지법이 실질적인 행정처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동학대가 발생한 시설도, 가해한 교사도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보호자가 부재하다 보니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주체가 불분명하다. 일반 가장의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부모 등이 즉각 문제를 삼지만 보육원 아이들은 당국이나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처벌이 용의치 않다.

아이들을 옮길 만한 마땅한 시설이 없는데다 개별적으로 거처를 옮길 경우 보육원 아이들 간에 간신히 형성된 '가족관계'가 깨지는 문제점도 적극적인 처벌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아동복지법에 '학대 등이 발생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해당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을 구청이 갖고 있다 보니 총괄적으로 통제하는 기관이 부재한 구조도 이 같은 현상에 한 몫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명확하지 않아 아동학대 가해 교사가 시설에 계속 남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1월 송죽원에서 벌어졌던 아동학대 가해자는 5개월 뒤 벌금형을 선고받고서야 비로소 시설에서 쫓겨났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보육원에서의 아동학대가 확인될 경우 기관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진행할 수는 있으나 가해 교사에 대한 최종 인사권은 해당 시설이 갖고 있다"며 "구청도 '권고' 수준의 처분만 내리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송죽원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해 서대문구에 '시설 폐쇄' 공문을 보내기까지 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어 답답하다"며 시 차원에서 보육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