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오동시장 (사진=KBS 다큐 3일)

[뉴스에듀] “청춘 다 보냈지. 장사하면서 청춘 다 보냈어. 교동시장이 있기 때문에 이러고 해 먹고 살았다는 거지. 없으면 이러고 벌어서 자식들과 어떻게 먹고 살았겠어. 시장이 있기 때문에, 교동시장이 있기 때문에
벌어먹고 자식들 가르치고 그랬지...”

말 못할 사연을 가슴에 안고 살아온 여수 교동시장의 어머니들.

30여 년 동안 새벽시장을 지켜오며 갑오징어 달인이 눈물지으며 부르는 노래. 정어리 달인이 부르는 진한 트로트 한 소절. 꼴뚜기, 꽃게, 가오리 달인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한 곳에 모인다.

이들은 ‘동백아가씨 합창단’

■ 남들은 잠든 시간, 가장 활기찬 교동시장의 어머니들
전라남도 여수시, 푸른 여수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한 교동시장. 이 시장은 다른 시장과 달리 새벽 4시부터 시작해, 오후 2시면 장을 닫는 특별한 시장이다.
새벽 4시, 320여m에 이르는 시장바닥 빼곡히 좌판이 가득 차기 시작하면 어머니들은 차가운 시장 바닥 위에서 장사를 벌인다. 이곳에서, 어머니들은 해도 뜨지 않은 꼭두새벽부터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가족을 위해 차가운 바닥 위에 앉아 3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시장을 지켜왔다.

“장사 한 30년 했지. 옛날에 섬에 살아서 배에서 잡아서 와서 넘기고 그러다가 이제 배를 안 하니까 장사 시작했지. 옛날에 고생을 다 많이 했지, 바다에 살다가 밤으로 일하고, 애기들 때문에 다 그러고 살았지. 뭐 다 그러고 살아.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야.”

■동백꽃에 새겨진 그녀들의 인생-동백아가씨 합창단!
교동시장은 시장 상인의 대부분이 노점형태의 좌판으로 이뤄져 있다. 또한 이 곳 상인 대부분은 5,60대의 어머니들. 한시도 바닷가 곁을 떠나지 못하고, 한시도 시장 바닥을 떠나지 못했다. 이 시장 바닥에 어머니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곳 교동시장에 일주일에 두 번, 어머니들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한 많은 세월 동안, 여유 없이 살아온 어머니들의 일상에 ‘노래’라는 특별한 취미가 생긴 것. 이는 다름 아닌, ‘동백아가씨 합창단’. 교동 시장 상인들로 이뤄진 특별한 합창단이다.
처음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며 마지못해 시작했던 노래. 그러나 이제 ‘동백아가씨 합창단’은 어머니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장사하다가 갈 때 되면 가. 노래를 못하니까 배우려고, 만날 장사를 하니까 노래를 못하잖아. 그런데 가서 배우면, 이제 못하는 사람도 가서 배우면 할 수 있고. 우리는 옛날에 못 배웠거든.  그러니까 선생님이 와 갖고 우리 모르는 노래를 가르쳐 주니까 좋아. 삶의 활력소야”

■ 어머니의 청춘이 고스란히 서린, 시장 바닥에서의 꿈
새벽부터 시장 바닥을 지키는 어머니들은 꽃다운 청춘을 이곳, 교동시장에 모두 바쳤다. 빠르면 밤 11시, 늦어도 새벽 2시경이면 나와 그 날 장사할 해산물을 경매 받고, 장사준비를 하는 삶을 수십 년 동안 반복해 왔다.

바닷가 마을 여수로 시집 와 바다와 함께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들은 밤낮이 바뀐 생활 속에서도 자식과 가족을 위해 좁다란 시장 골목에 세월과 젊은 청춘을 모두 바쳐 왔다. 시장 어머니들의 꿈은, 가족과 자식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노래라는 특별한 취미가 생겨난 교동시장은 이제 활기가 넘친다. 슬픈 노래를 부르건, 즐거운 노래를 부르건 어머니들은 힘겨운 삶의 세월을 노래로 흘려보낸다. 차가운 시장 바닥에서의 기나긴 세월을 이겨내고, 이제야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동백아가씨들. 동백꽃에 고스란히 새겨진 어머니들의 인생은 이제 다시 활짝 피어난다.

“우리가 일자상서, 그 노래를 부르면 합창단 전원이 다 울어. 노래.. 옛날 생각이 나서.. 시집 와 갖고 엄마한테 가고 싶어도 못가고.. 그때는 다 그런 시기를 살았으니까.. 그런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가 내 사연 같아.
내가 사는 일상생활에 섞인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나...나도 모르게..”

4월 21일 오후 10시 55분 방송되는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말 못할 사연을 가슴에 안고 살아온 여수 교동시장 어머니들 '동백아가씨 합창단'과 함께한 3일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