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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111. 보여준 건 실천이었다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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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03  11: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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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 뉴스에듀신문] 보여준 건 실천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무엇일까? 먼저 아기의 웃음소리다. 그 아이가 나의 자손이라면 더더욱이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의 인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어르신들께선 내 자식 목구멍에 밥 들어가는 소리를 으뜸으로 꼽았다.

이어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 아이 글 읽는 소리라고 했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 ‘자녀사랑’은 인간의 본능이다. 아버지는 아무리 천박한 직업일지라도 자신의 자녀만큼은 후일 떵떵거리며 살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은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이에 기반하여 자녀가 칭찬을 받으면 칭찬한 사람에게 술이라도 덥석 사고픈 게 우리의 일반적 정서다. 딸이 먼저 결혼을 하게 되었다.

상견례를 가졌는데 사돈댁에서 나오신 인척 중 한 분이 동석한 아들을 퍽이나 칭찬하셨다. 당시 아들은 총각이었다.

"어쩜 저렇게 잘 생기고, 초면임에도 인사까지 깍듯한 게 당장 사위삼고 싶네요." 이번엔 반대로 딸 차례다. 고교 졸업식 날, 딸은 상을 휩쓸었다. 그날의 하이라이트인 순금 다섯 돈짜리 메달과 대상(大賞)까지 받았다.

학부모들이 술렁거렸다. “쟤는 누군데 오늘 상을 싹쓸이 하는 겨?” “쟤가 이 학교서 유일무이 서울대에 합격한 애래.” “와~ 그럼 저 학생 부모는 좋아죽겠다!”

그랬다. 그날 나와 아내는 정말이지 좋아서 죽는 줄 알았다! 이런 나의 팔불출 자식자랑에 반기(反旗)를 드는 사람 입장을 모르지 않는다. 자신의 자녀는 그리 되지 않은 때문이다.

그런 반감은 수평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평폭력’은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이 제시한 사회 이론이다. 사회의 계층 사회에서 하류 계층이 상류층으로부터 압력과 공격을 받으면서 쌓인 증오 감정을 같은 하류 계층에게 풀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갈등론적 입장에서 볼 때, 사회의 계층 및 집단은 항상 서로 갈등 관계를 가지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상호간의 증오와 배척의 감정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각종 기득권의 유무 때문에 하류 계층은 상류 계층에게 그 불만을 풀지 못한다. 그래서 사회 모순이 계속 유지된 채 그 모순의 피해를 입게 된다.

한데 이게 계속 쌓이게 되면 대신 같은 하류 계층(혹은 더 약한 계층)에게 증오심을 돌려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게 바로 ‘수평폭력’이다.

더욱이 나는 ‘경비원’이라는 사회적 을의 직업 때문에 그 도(度)가 더하다. 비록 내 앞에서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경비원 주제에 무슨 책을 내고 기자짓까지 하냐?”는 비아냥이 투시(透視)된다.

그래서 오기가 발끈한 나는 더욱 열심히 집필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곤 앞으로 불과 1시간 강의료를 지금의 경비원 급여와 맞먹는 수준으로 받고 싶다. 못 하란 법은 없다. 다만 안 하니까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농사는 나만큼 성공하지 못했기에 시기하고, 뒷담화까지 하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솔직히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것만큼은 알아줬으면 한다.

모든 결과엔 원인이 존재한다. 또한 세상엔 그 어떤 것도 공짜가 없다. 내가 ‘청출어람’으로 흐뭇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자주 쓸 수 있는 것은 수십 년 동안 보여준 실천(實踐)이 그 자본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함께 도서관을 다닌 실천이 먼저 본(本)이 되었다. 나이 오십에 사이버대학에 들어가 3년 동안 주경야독(晝耕夜讀)한 실천도 한몫을 했다. 졸업식 날에는 별도로 학업우수상까지 받았다.

실천이 말보다 낫다는 건 상식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책상 옆에는 앞으로의 출간계획서가 선풍기 바람에 힘껏 나부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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