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대전충남세종 지역본부 홍경석 기자] 어제 집 앞을 나서던 중 깜짝 놀랐다. 주차된 자동차의 밑에서 어린 고양이 둘이 빼꼼 얼굴을 내민 때문이었다. 한 마리는 나의 등장에 놀라 금세 자동차 밑으로 숨었다. 반면 또 한 마리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나라는 존재를 아예 무시하였다.

그러자 부화뇌동한, 잠시 숨었던 어린 고양이 역시 다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제 처음 본 어린 고양이들이 거주하는 자동차 밑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딱딱한 날바닥이다. 한데 거기서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자주 목격했다.

그야말로 풍찬노숙(風餐露宿)이었던 셈이다. 그랬거늘 어느새 부부의 연을 맺고 그도 모자라 아기 고양이까지 둘이나 낳았구나 싶어 신기하면서도 대견스러웠다. 유기묘(遺棄猫)는 내다 버리는 고양이를 뜻한다. 비슷한 말로는 길냥이, 길고양이가 있다.

‘유기묘’의 실로 불리한 처지였음에도 그림처럼 앙증맞고 예쁜 고양이를 낳은 엄마 고양이가 새삼 존경스러웠다. 사람은 심지어 자신의 배로 낳은 자식까지 버리는 비정한 엄마도 있거늘...

어제 본 어린 고양이들은 잠시 전 음료를 사러 마트에 가던 중에도 또 목격했다. 이들의 곁에는 엄마 고양이도 보였는데 그 모습이 자못 의기양양했다. 마치 “얘들이 바로 내가 낳은 녀석들이라오!”라며 자랑하는 듯 보였다.

그 엄마 고양이도 언젠가는 어떤 사람이 애지중지로 키웠을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버려지면서, 즉 유기묘로 처지가 추락하면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봉지 따위에서 먹을 걸 찾아 헤매는 가련한 입장으로 바뀌었을 것이었다.

그러한 고양이의 풍찬노숙이 예사롭지 않았던 까닭은 나 또한 과거엔 그와 유사한 고생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홀아버지와 살았다. 허구한 날 술만 드신 아버지께선 만취하여 아무데서나 풍찬노숙 하는 게 일과(?)였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 “니 아부지 또 동네 날망에서 취해서 자고 있으니 얼른 모시고 와라”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다. 당시엔 자정이 넘으면 통행금지가 엄존하던 냉혹한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주무시다 눈을 뜬 아버지께선 늘 그렇게 술을 사오라고 달달 볶았다. 그래서 자정 무렵 집을 나온 나는 남의 집 마루 밑이나 심지어는 밭에도 들어가 풍찬노숙하기를 밥 먹듯 했다. 그러면서 가눌 수 없는 불편과 슬픔에 울고 또 울기를 반복했다.

불교에서는 전생(前生)에 몇 만 겁의 인연을 거쳐야만 비로소 현생(現生)에서 한 번의 스침이 가능하다고 했다. 따라서 그 관계가 부부 혹은 부자간(父子間)이라고 한다면 오죽하겠는가!

물고기조차 알을 낳으면 아비 고기가 부화될 때까지 곁을 지키다가 장렬하게 죽는다. 동물과 짐승이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 교육적 측면에서도 유기묘의 ‘자식사랑’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홍경석 기자 / 수필가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