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디지털뉴스팀] 수수한 청바지차림으로 활짝 웃으며 무대에 오른 50대 초반의 여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을 여행한 바람의 딸다운 강인함을 기대하던 제게는 다소 평범한 이웃집 언니같은 모습이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지도 않고 던진 한마디는 바로 제 고개를 떨구게 했습니다. “항상 머릿속에 세계지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90분간 저의 시선은 그녀의 입모양에서 한 번도 떠날 줄 몰랐습니다. 그녀가 입고 온 빨간 자켓처럼 열정적이었고 그녀가 왜 바람의 딸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머리’, ‘가슴’, ‘손’ 세가지 키워드에 담긴 그녀의 메세지

머리, ‘세상을 움직이는 사랑과 은혜의 법칙’ 

세계 곳곳을 다니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돌보면서 그녀가 깨달은 것은 이 세상에 ‘적자생존’ 혹은 1등만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은혜의 법칙’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돕고 보살피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자신은 경찰관과 비슷한 점이 많다며, 평소 경찰에 대한 친근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세계 곳곳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어디있나 살피 듯 경찰관들도 구석구석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보살펴 달라고 했습니다. 

가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 

수단의 열악한 긴급구호 현장에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어려운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한 의사를 만난 이야기로 시작한 ‘가슴’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돈 버는 것에만 쓰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요? 무엇보다도 이 일이 가장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죠”라는 의사의 말에 그녀는 뜨거운 불화살이 가슴에 꽂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란, 내가 하고 싶고, 몰두할 수 있으며, 다른 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때부터 이러한 삶을 실천하며 살아왔다고 합니다.  

손, ‘두 손 중에 한손은 다른 사람을 위해’ 

그녀는 자신의 작은 손을 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손과 발은 너무도 작지만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크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던졌습니다. 한 손은 나를 위해 쓰더라도 다른 한 손은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만져주는 손으로 써야 하는 것이 그녀가 주장하는 두 손을 가진 이유였습니다.  

그녀는 지난 1993년부터 6년여를 여행하며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 이라는 책을 쓴 뒤부터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긴급구호팀장으로 활동(2001~2009)했고, 현재는 ‘UN 중앙긴급대응기금’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강의를 90분 동안 듣고 제가 찾은 비밀이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훨씬 더 큰 사람이었습니다. 

“용기란 자신이 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비례한다”며, “돈이나 명예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리 뜨거워도 99도 밖에 될 수 없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만이 나머지 1도를 채워 100℃로 팔팔 끓는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강이 끝날 무렵 한참동안 말을 않던 그녀가 조심스레 꺼낸 말이 있습니다.  

“내 마음을 활활타게 하는 그 현장에서 죽는 것이 소원이다” 

수많은 경찰관들도 일선 현장에서 귀중한 생명을 잃습니다. 서해안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 나포 작전 중 순직한 故이청호 경사, 물에 빠진 시민을 구하다 숨진 故조민수 수경 등 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아마 마지막 1도까지 채운 100℃의 열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전국의 13만 경찰에게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처음 경찰관이 되었을 때 가졌던 열정을 잃지 말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곳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무대를 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오늘 특강을 계기로 그녀가 쏜 불화살이 전국 모든 경찰관들의 가슴에 뜨거운 열정을 다시 한번 심어주는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 경찰청에서 열린 8번째 명사초청강연회에서 한비야씨와 함께 기념촬영 중인 직원들. (제공=경찰청)

(출처 : 위키트리)